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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백내장' 환자 증가세, 노안과의 차이점은…" 안과 의사 정재림①
백내장과 노안은 중년 이후 많은 사람들이 겪는 대표적인 안과 질환이다. 그러나 이 두 질환의 정확한 차이점을 정확히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심지어 백내장의 증상을 노안으로 착각해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는 사례도 있다. 문제는 백내장을 방치하면 수술이 까다로워지고 실명에 이를 수 있다는 점이다.
실명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백내장과 노안의 차이점을 명확히 이해하고, 특히 백내장의 증상과 원인에 대해 알아둬야 한다. 안과 정재림 원장(밝은나눔안과)과 함께 백내장의 원인과 노안과 백내장의 차이점에 대해 짚었다.
q. 백내장은 어떤 질환인가요?
우리 눈에는 카메라의 렌즈에 해당하는 수정체라는 조직이 있습니다. 카메라가 렌즈를 조절하여 원거리와 근거리의 초점을 맞춰 선명한 사진을 찍듯, 우리 눈의 수정체도 원거리와 근거리 초점을 조절하여 선명한 시력을 유지해 줍니다. 그런데 카메라 렌즈가 뿌옇게 변하면 사진이 흐릿하게 나오는 것처럼 수정체가 노화, 외상, 기타 질환 등으로 혼탁해지면 시야가 흐려지고 겹쳐 보이는 현상이 발생하여 시력이 저하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태를 백내장이라고 하며, 이는 적절한 시기에 치료를 받지 않으면 실명할 수도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다행히 최근 백내장 수술 기법이 크게 발전했습니다. 혼탁해진 수정체를 제거하고 인공 수정체를 삽입함으로써 시력을 회복할 수 있는데요. 실제 오늘날 우리나라에서 백내장으로 인한 실명 사례는 극히 드뭅니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보면 여전히 백내장이 실명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이므로, 가볍게 봐서는 안 됩니다.
q. 백내장을 특히 주의해야 하는 계절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백내장은 노화에 의해 천천히 진행되는 만성 퇴행성 질환이기 때문에 특정 계절과 발생 빈도는 큰 연관성이 없습니다. 다만, 겨울철에는 기온이 내려가면서 환경이 건조해지고 체내 수분도 감소하며 면역력이 떨어지는데요. 이로 인해 고혈압, 당뇨병 등의 만성질환이 악화되면서 백내장 발생 및 악화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또한 겨울철에도 자외선이 존재하지만, 다른 계절보다 모자나 선글라스 착용을 소홀히 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특히 스키장 같은 설원에서는 자외선 반사가 극심하게 증가하면서 자외선 노출이 증가하는데, 이 같은 이유로 겨울철에 백내장의 진행이 증가할 수 있다는 보고가 많습니다. 실제로 백내장 수술도 겨울철에 가장 많이 이뤄집니다.
q. 백내장은 노인성 질환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최근 젊은 층에서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고요.
백내장은 과거 주로 60대 이상에서 발병했지만, 최근에는 20~40대에서도 많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의하면 백내장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가 2015년 120만 명에서 2019년 147만 명으로, 5년 만에 22% 증가했습니다. 30~40대 환자는 2015년 4만 9,595명에서 2019년 6만 45명으로 매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고요. 특히 45~49세 여성 환자의 경우 2010년 1만 929명에서 2021년 3만 명으로 174.5%나 급증했습니다.
젊은 나이에 발생하는 초로 백내장의 경우 노화 외의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하는데요. 노인성 백내장에 비해 진행 속도가 빠르고 수정체 혼탁의 위치도 중심부보다는 주변부나 후면에서 시작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젊은 사람에게 백내장이 생기는 원인은 매우 다양합니다. 첫 번째로 스마트폰, 컴퓨터 등 디지털 기기를 장시간 사용하는 사례가 늘어난 것을 원인으로 들 수 있습니다. 블루라이트에 지속 노출되면 눈의 피로와 산화 스트레스가 증가하여 백내장 발생 위험을 높입니다. 지구 온난화와 도시 환경 오염도 원인 중 하나입니다. 최근 미세먼지, 유해 물질, 온실가스, 유기 화학물질이 증가했으며, 이로 인해서 대기 오존층이 파괴되며 지구 표면에 도달하는 자외선이 늘어났는데요. 자외선은 백내장의 중요한 원인이며 백내장 외에도 안검피부암, 광각막염, 익상편, 녹내장, 황반변성, 망막병증을 일으킵니다.
스포츠 활동이나 교통사고로 인한 눈의 외상 증가, 천식, 비염, 알레르기, 류마티스 등 자가면역 질환, 그리고 장기 이식 치료 등으로 인한 스테로이드 약물의 장기 사용 등도 백내장 환자 증가의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또한 불규칙한 수면과 과도한 스트레스, 흡연, 음주, 자극적인 식습관, 가공식품 섭취 증가, 불균형한 영양 섭취, 운동 부족 등으로 인한 비만, 아토피, 당뇨병, 고혈압 같은 만성질환의 증가가 젊은 층의 백내장 발병률을 높이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q. 백내장과 노안을 혼동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노안과 구분되는 백내장의 특징적인 증상은 무엇인가요?
백내장과 노안은 모두 수정체의 노화가 원인인 질환입니다. 젊었을 때는 수정체가 투명하고 유연해서 원거리와 근거리의 초점을 쉽게 조절하며 선명한 시야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수정체에 변화가 일어납니다. 수정체가 뿌옇게 혼탁해지는 것이 백내장이며, 수정체의 투명도는 유지되지만, 탄력을 잃어 딱딱해지는 것이 노안입니다.
백내장은 일반적으로 나이가 들면서 발생 빈도가 증가하지만, 모든 장년층에서 나타나는 것은 아닙니다. 반면 노안은 예외 없이 모든 사람에게 발생합니다. 노안은 대체로 40세 무렵부터 시작되어 45세 경에 급격히 진행되는데, 이 시기는 남녀 모두 갱년기에 접어드는 나이와 일치합니다.
노안의 경우 먼 거리는 잘 보이지만, 가까운 거리를 볼 때는 돋보기가 필요한 것이 특징입니다. 원시나 정시인 사람들, 즉 안경 없이 멀리 잘 보던 사람들은 노안이 오면 책을 볼 때 돋보기를 사용하게 됩니다. 반면, 근시로 평소에 오목렌즈 안경을 착용하던 사람들은 노안이 오면 오히려 책을 볼 때 안경을 벗으면 글씨가 잘 보이게 됩니다. 이로 인해 근시인 사람 중에는 자신에게 노안이 오지 않았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안경을 벗어야 가까운 글씨가 잘 보인다는 것 자체가 수정체가 딱딱해져 안경을 쓴 채로는 가까운 곳을 잘 볼 수 없다는 의미이며, 이는 곧 노안이 진행되고 있음을 나타냅니다. 아울러 노안은 원거리를 보다가 근거리를 볼 때, 혹은 반대로 근거리에서 갑자기 원거리를 볼 때 초점 전환의 속도가 느려지는 증상이 나타난다는 특징도 있습니다.
백내장은 원거리, 중간 거리, 근거리 모두에서 시력 저하를 일으키며, 안경을 착용해도 모든 거리에서 시야가 선명하지 않습니다. 또한 백내장의 주요 증상으로는 안개가 낀 듯한 시야 흐림, 한쪽 눈으로 봐도 사물이 두 개로 보이는 단안복시가 있습니다. 야간 시력 저하가 나타나기도 하는데, 이는 수정체의 혼탁으로 인해 빛이 충분히 들어오지 못해 야간 시력이 저하되는 것입니다. 반대로 중심부에 혼탁이 있는 경우에는 밝은 곳에서 시야가 더 흐려지는 주맹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백내장의 또 다른 증세는 사물의 색이 옅어져 보이고 노란색, 갈색으로 변해 보이는 색감의 변화입니다. 프랑스 인상파 화가 모네는 백내장을 앓았다고 전해지는데요. 그가 젊었을 때 그린 그림과 나이가 들어 그린 그림을 살펴보면, 디테일이 뭉개지면서 색깔이 초록색 위주에서 노란색, 갈색 위주로 변하는 것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이 같은 차이점은 모네의 백내장이 진행됐기 때문이라고 전해집니다.
또한 성인이 된 후에는 안경의 도수가 크게 변하지 않는데요. 6개월마다 안경이나 렌즈를 바꿔줘야 하는 등 도수가 빠르게 변하는 현상도 백내장에 의한 것일 수 있습니다.
백내장이 진행하면 수정체의 굴절률이 증가하는데, 이 경우 책 글씨가 안 보여서 돋보기를 쓰다가 돋보기가 없어도 가까이 있는 것이 잘 보이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때, 시력이 좋아졌다고 착각하는 환자분들이 있는데요. 이는 백내장이 발생하면서 나타나는 일시적인 증상이라는 점을 기억하시면 좋겠습니다.
기획 = 방현진 건강 전문 아나운서
도움말 = 정재림 원장(밝은나눔안과 안과 전문의)